어느 한 트라피스트 수도자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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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민
댓글 0건 조회 1,662회 작성일 10-01-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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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트라피스트 수도자의 묵상

하느님 안에서만 나는 내가 찾던 것을 만날 수 있었으며,
차고 넘치는 충만함 속에서 그분을 만나뵐 수 있었으니,
언젠가 내가 상상했던 것을 인간들 안에서 찾아보지
못하더라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진리'를 찾았으나 그것을 찾지 못하였다.
나는 '사랑'을 찾았으나 내 영혼이 목말라 하는 그 사랑을
인간들 안에서 찾지 못했고 찾아낸 것이라고는 불티에 불과했다.
나는 '평화'를 찾았다. 그러나 나는 이 지상에 평화가 없음을 보았다.
환상은 사라졌다.  조용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실망시킨 분은 주님 자신이었고, 그것은 나를 당신께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그분이 내 눈을 볼 수 있게 해주셨다.
지금 나는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인간들 안에서 무엇을 찾고 있느냐"고 그분은 나에게 말씀하신다.
이 지상에서 무엇을 찾느냐고?
나그네 살이를 하면서, 네가 갈망하는 평화가 어떤 것이냐고 물으신다.

얼마나 좋은 주님이신가. 나를 피조물과 허영으로부터 떼어 놓으셨으니,
하느님 안에 참된 평화가 있고, 예수님 안에 참된 사랑이 있으며
그리스도가 유일한 진리이심을 나는 이제 분명히 보았다.

오늘 영성체 때 예수님을 받아 모신 내 영혼은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엄청난 기쁨으로 용약하고 있었다.
나는 하느님의 것이고 하느님도 내 것임을 보았다.
무엇을 목말라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인간들 안에서
그것을 찾아내려고 하다가 헛수고만 한 나를, 무한하신 자비로 위로해
주시는 주님께 대한 깊은 사랑 외에는 다른 아무 것도 갈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내 영혼이 찾고 있는 것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과 진리와
생명과 사랑이 바로 당신이심을 소리없는 말로 깨우쳐 주셨다.
지금 나는 그분을 모시고 있으니 무엇을 더 찾으리? 무엇을 더 청하리?
무엇을 더 바라리?

나의 예수님, 당신은 얼마나 좋으신지! 당신은 참으로 놀랍게도
모든 것을 훌륭하게 해 내십니다.
당신은 저에게 길을 가리켜 주시고, 목적지를 가리켜 주십니다.
그 길은 감미로운 십자가요 희생이며 포기이고, 어떤 때는 갈바리아
산과 올리브 동산에서 피 흘리는 싸움이기도 합니다.
그 길은 주님, 꼴찌이고 병자인 이 불쌍한 트라피스트 헌신자가
자주 십자가 가까이에서 괴로워하는 삶입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누가 겸손하게 당신을 위해서 고통을 받고 있다면 그 아픔은
감미로움과 가쁨으로 바뀔 것입니다.
당신의 십자가 곁에서 흘리는 눈물은 당신이 지상에서 바치신
끊임없는 희생과 포기를 치유해 드리는 향유입니다.
저의 희생과 포기는 사랑과 믿음과 희망이 동반해 주시만 한다면
가볍고 견딜 만합니다. 저는 여기서 당신이 가시덤불을 어떻게
장미로 변화시키시는지를 보았습니다. 계속...

그리고 목적은? 목적은 당신이십니다.
당신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목적은 당신을 영원히 소유함입니다.
천국에서 예수님과 함께, 마리아와 함께 그리고 모든 천사들과
성인들과 함께. 그러나 그것은 저 세상에서입니다.
하늘에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저처럼 약하고 게으르고 소심한 사람들을 위해서 당신은 가끔
드러내 보이시며 말씀을 걸어오십니다.
너는 무엇을 찾고 있느냐?
무엇을 원하느냐?
누구를 부르고 있느냐?  보아라.
내가 누구인지를...  나는 진리이고 생명이다.

그리고 나서 당신은 영혼 안에 황홀한 기쁨을 주시는데,
그것은 세상이 알지도 못할 뿐더러 이해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종인 제 영혼에게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주시어 끊임없이
침묵속에서 그것을 반추하게 합니다.
이것 또한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나의 예수님, 저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수록, 더욱 당신을 사랑합니다.
제가 나쁘면 나쁠수록, 가련하면 가련할수록 저는 더욱 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언제나 사랑할 것이고, 당신을 부둥켜 안고 놓지 않을 것입니다.

- 복자 라파엘 아르나이즈 바론 / 1938년 4월 12일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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